매년 비슷한 시기, 비슷한 가격에 등장하는 삼성의 접는 스마트폰. 올해도 어김없이 갤럭시 Z 폴드7이 200만 원을 훌쩍 넘는 가격표를 달고 나왔다.
‘접는다’는 행위가 주는 신기함은 이제 희미해진 지 오래. 그래서 질문은 하나다. 이 비싼 물건, 과연 돈값을 할까..?
숫자 너머의 스펙 읽기
공개된 사양은 그럴듯하다. 최신 스냅드래곤 칩셋, 넉넉한 램.
하지만 이런 건 이제 플래그십 스마트폰의 기본 소양에 가깝다. 진짜 중요한 건 폴더블이기에 달라져야만 하는 것들이다.
- S펜 미지원: 가장 큰 변화는 S펜의 행방이다. ‘프로’ 모델을 지향한다면서 생산성의 핵심 도구를 빼버린 선택은 다소 궁색하다. 두께를 얻고 편의성을 잃은 셈인데, 이 선택이 옳았는지는 의문이다.
- 넓어진 커버 디스플레이: 그나마 반가운 소식이다. 전작들의 ‘빼빼로’ 같던 커버 스크린 비율이 드디어 일반 스마트폰에 가까워졌다. 접었을 때의 사용성이 개선되었다는 뜻이다. 간단한 확인이나 답장을 위해 굳이 기기를 펼치지 않아도 되는 순간이 늘어난다는 것, 이건 분명한 장점이다.
- 여전한 카메라 등급 나누기: 2억 화소 센서를 탑재했다는 소식이 들리지만, 여전히 ‘울트라’ 모델과는 급을 나눈다. 폴드가 삼성의 기술력을 총집약한 최상위 모델이라면 왜 카메라만큼은 항상 한 수 접고 들어가는지 모를 일이다. 200만 원 넘는 기기에서 카메라 성능 때문에 아쉬운 소리를 들어야 한다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
이전 모델, 경쟁자와의 비교
폴드7의 가치는 경쟁 구도 속에서 더 명확해진다. 전작인 폴드6나 다른 경쟁 모델과 비교하면 어떨까.
| 구분 | 갤럭시 Z 폴드7 | 갤럭시 Z 폴드6 | 경쟁 모델 (예: OnePlus Open) |
|---|---|---|---|
| 커버 디스플레이 | 더 넓어진 화면비, 활용성 증가 | 좁고 긴 화면비 | 일반 바(Bar)형 폰에 가까운 화면비 |
| 두께 / 무게 | 상당히 얇고 가벼워짐 | 상대적으로 두껍고 무거움 | 경량화에 집중 |
| S펜 | 미지원 | 별도 휴대 | 미지원 |
| 카메라 | 개선되었으나 S시리즈 대비 아쉬움 | S시리즈 대비 아쉬움 | 특화된 카메라 시스템으로 차별화 |
표를 보면 방향성이 보인다. 휴대성을 개선하고 접었을 때의 사용성을 높이는 데 집중했다. 하지만 S펜 내장 배제와 같은 핵심적인 아쉬움은 그대로다. 휴대성을 얻는 대가로 폴드만의 정체성이었던 ‘S펜 생산성’의 편의성을 포기한 인상이 든다.
알면서도 불편한 단점들
- 가격, 그리고 자급제: 통신사 약정의 도움 없이 이 가격을 온전히 감당하는 것은 부담이다. ‘자급제’는 자유를 주지만, 가격의 방벽을 넘는 것은 소비자의 몫이다.
- 내부 화면의 내구성: 기술이 발전했다지만, 여전히 폴더블의 내부 화면은 유리보다 무르다. 날카로운 물체나 작은 이물질 하나에 돌이킬 수 없는 상처가 생길 수 있다는 불안감은 사용 내내 이어진다. 방수·방진 등급이 IP68로 향상된다는 루머가 사실이라 해도, 물리적 취약성은 변하지 않는다.
- 화면 주름: 중앙의 주름은 더 옅어졌다고 한다. 하지만 사라진 것은 아니다. 특히 어두운 화면에서 빛이 비칠 때면 선명하게 존재감을 드러낸다. 익숙해지면 괜찮다고들 하지만, 없는 것보다는 못하다.
누가 사야 할까?
그래서 결론은. 갤럭시 Z 폴드7은 어떤 사람에게 어울릴까.
만약 당신이 하나의 기기로 스마트폰과 태블릿의 경험을 모두 원하고, 여러 앱을 동시에 띄워놓고 작업하는 멀티태스킹 환경이 필수적인 사용자라면, 그리고 이 모든 경험을 위해 200만 원 이상의 비용과 내구성의 불안감을 감수할 수 있다면, 폴드7은 여전히 매력적인 선택지다. 특히 넓어진 커버 화면은 전작의 가장 큰 불만을 해소해 준다.
하지만 최고의 카메라 성능을 원하거나, 주머니에 편하게 넣고 다닐 ‘막 쓸 수 있는’ 폰을 찾는다면, 또는 가성비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이 제품은 아니다. 그 돈이면 최고 사양의 ‘울트라’ 스마트폰과 쓸 만한 태블릿을 각각 구매하고도 돈이 남는다. 그게 더 현명한 소비일 수 있다.
이번에도.. 폴더블은 모두를 위한 폰이 아니다. (_ _)
필자: 김수형
판교 IT 대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11년차 기획자 겸 콘텐츠 에디터입니다. 여가를 이용해 IT 관련 생각들을 이곳에 기록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