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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어대시의 AI 소셜 앱 '제스티', 배달 공룡의 영리한 속셈

배달 플랫폼의 공룡, 도어대시(DoorDash)가 '제스티(Zesty)'라는 새로운 AI 기반 레스토랑 추천 앱을 내놓았다. 샌프란시스코와 뉴욕에서 시작하는 이 서비스는 단순히 "맛집 찾기" 앱이 아니다. 이것은 치열하고 수익성 낮은 배달 시장을 넘어, 사용자의 '의도'가 시작되는 '발견'의 영역을 장악하려는 야심의 표출이다. 배달 전쟁의 다음 장이 아닌, 로컬 커머스 광고 시장에 대한 선전포고로 읽어야 하는 이유다.



사건의 개요

도어대시가 발표한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 서비스명: 제스티(Zesty), 도어대시와는 별개의 독립적인 모바일 앱이다.
  • 핵심 기능: 생성형 AI를 활용한 대화형 검색. "조용하고 분위기 좋은데, 채식 메뉴가 있는 50달러 미만 이탈리안 레스토랑" 같은 구체적이고 복잡한 질문에 답을 준다.
  • 소셜 요소: 친구들의 활동이나 리뷰 등 '소셜 시그널'을 통합하여 추천의 신뢰도를 높인다.
  • 초기 출시 지역: 미국 샌프란시스코 베이 에어리어와 뉴욕.

발표 이면에 숨겨진 진짜 의도

도어대시는 왜 이미 포화상태인 맛집 추천 앱 시장에, 그것도 별도 앱으로 진출하는 걸까? 표면적으로는 '새로운 레스토랑 발견 경험'을 말하지만, 그들의 진짜 목표는 다른 곳에 있다.

1. 데이터 포식, 그 이상:
도어대시는 이미 '누가 무엇을 주문했는지'라는 막대한 구매 데이터를 쥐고 있다. 하지만 제스티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무엇을 먹을지 고민하는' 단계의 데이터를 수집한다. 이는 사용자의 취향, 예산, 동행인, 분위기 선호도 등 구매 결정 이전의 '의도 데이터'다. 이 데이터는 단순한 광고 타겟팅을 넘어, 미래의 외식 트렌드를 예측하고 PB 상품을 개발하거나, 특정 레스토랑에 컨설팅을 제공하는 등 무궁무진한 사업 모델로 확장될 수 있는 원유(Crude Oil)와 같다.

2. '발견'에서 '결제'까지, 완벽한 깔때기 구축:
지금까지 사용자는 구글 지도나 Yelp에서 맛집을 '발견'하고, 그중 배달이 가능한 곳을 도어대시에서 '주문'했다. 이 과정에서 도어대시는 최종 결제 단계만 담당하는, 선택지 중 하나일 뿐이었다. 제스티는 이 '발견' 단계마저 자신들의 생태계 안으로 끌어들이려는 전략이다. 제스티 앱에서 마음에 드는 레스토랑을 찾으면, 자연스럽게 '도어대시로 배달 주문하기' 버튼으로 연결될 것이다. 사용자를 외부 플랫폼에 뺏기지 않고 온전히 자신들의 울타리 안에 가두는(Lock-in) 강력한 깔때기가 완성된다.

3. 추천의 중립성, 과연 지켜질까?:
가장 중요한 문제다. 제스티의 AI가 사용자에게 보여주는 추천 목록은 과연 100% 객관적일까? 아니면 도어대시와 독점 계약을 맺거나 더 높은 수수료를 내는 레스토랑이 상단에 노출될까? 플랫폼의 수익 모델과 사용자의 이익이 충돌하는 지점이다. "AI가 찾아준 최고의 맛집"이라는 포장 뒤에는, 교묘하게 설계된 광고 상품이 숨어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시장에 미칠 파장

제스티의 등장은 여러 플레이어에게 직접적인 위협이 된다.

- 구글 지도와 Yelp: 광고 수익에 기반한 이들 플랫폼에게 제스티는 가장 껄끄러운 경쟁자다. 만약 제스티가 대화형 AI 검색과 소셜 기능으로 무장해 더 나은 사용자 경험을 제공한다면, 기존 플랫폼의 트래픽을 잠식할 수 있다.

- 레스토랑 업주들: 또 다른 '플랫폼 종속'의 시작일 수 있다. 이제는 도어대시 배달 수수료뿐만 아니라, 제스티 앱 내 노출을 위한 광고비까지 이중으로 부담해야 할지도 모른다. "제스티 추천 맛집"이 되기 위한 보이지 않는 경쟁과 비용 증가는 자영업자들에게 새로운 숙제가 될 것이다.

- 소비자: 단기적으로는 새롭고 편리한 앱의 등장을 반길 수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레스토랑들이 부담하는 추가 비용이 음식 가격에 전가될 가능성이 있다. 또한, 나도 모르는 사이에 플랫폼이 설계한 선택지 안에서만 소비하게 될 수도 있다.


한줄평

제스티는 배달 앱의 진화가 아니라, 지역 상권 광고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꾸려는 도어대시의 대담한 실험이다. (_ _)


김수형 프로필 이미지

필자: 김수형

판교 IT 대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11년차 기획자 겸 콘텐츠 에디터입니다. 여가를 이용해 IT 관련 생각들을 이곳에 기록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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